[Preview] 인간, 기계, 그리고 마리오네트

Mainzer Rhein-Zeitung / 마인츠 라인-차이퉁 (2013)

 

라삐율이 종이 한 장을 타자기 안에 끼워 넣는다. 타자를 치자 일종의 선회하는 운동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달그락거리더니, 곧 이어 종소리가 울리고, 결국엔 쉬익식거리는 잡음이 나면서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순전히 소리만으로 엄습해 오는 부담감. 이런 시끄러운 잡음들 속에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 어지러운 소리들에 맞춰 김정선이 춤을 춘다. 단편적으로, 토막내듯, 저 시끄러운 기계장치에 맞춰.
오늘 8월 23일, 20시에, 헤히츠하임 구(區)에 위치한 빈 어느 은행 지점에서 상연될 다원적 퍼포먼스 “씨어터머신 – 지속적인 0점”의 중심에는 움직이는 신체와 의식의 관계가 있다. 문화여름(Kultursomme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인츠에 거주하고 있는 연출자 라삐율이 세 명의 한국인 예술가들을 이 실험적 공연 프로젝트로 함께 묶어내었다. 공연은 여러 가지로 다양한 감각적 방법들을 동원해 인간과 기계, 그리고 마리오네트 인형을 다룬다. 바탕이 되는 텍스트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와 하이너 뮐러의 텍스트들. 라삐율 말에 의하면, “클라이스트의 <인형극에 대하여>는 아주 중요한 텍스트다 – 모든 예술가들에게 말이다.”

“씨어터머신”은 이 텍스트들을 아주 독창적인 방법들로 해석해 내고 있다. 시계태엽장치부터 녹슨 열쇄들로 가득한 대야, 그리고 어둡게 썬팅 처리한 창벽까지, 공간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의 일부이다. 초연 직전에도 공간은 무대라기 보다는 작업실 같은 인상: 류한길과 홍철기, 이 두 명의 사운드 조립공들은 여전히 나사를 조이고, 선을 연결하느라 한창이다. 이는 마치 일종의 지속상태를 보여주는 듯 했다. 홍철기의 음악을 소개하며 라삐율은 이렇게 말한다: “어제 입은 옷은 오늘 더 이상 입기 싫어하는 것과 같아요.”
본 퍼포먼스는 하나의 고정된 구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즉흥으로 이루어진다 – 소리와 춤, 그리고 타자기를 통해. 말하자면 “씨어터머신” 공연은 매번의 고유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