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0 }

German

{Chapter 0}는 정해진 기한 없이 지속되고 있는 오디오-비주얼 프로젝트로, 작업중인 과정 상태로 간주되는 일련의 실험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은 제-1장 / 제0장 / 제1장 / 끝장으로 이루어진 김태용의 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의 “제0장”에서 따온 것이며, 라삐율이 소설가 김태용과 함께 시작해, 현재는 다른 참여자로 확장되었다. 이 작업은 언어, (목)소리, 體(물체, 신체 etc.) 및 공간을 독립적으로 인지하면서도 그 상호작용을 관찰하여 주어진 상태를 변화해 나가는 실험이다.

 


Open-Experiment _ 1

너, 뭐, 주둥이: 그 무엇도 아닌 모든 것
2019. 7. 28. _ 19:00 _ 역촌 40, 서울

• 라삐율: 설치 (슬라이드 환등기 두 대, 컬러 필터, 유리판 4장, 투명 테이프, 각목, 종이 etc.)
• 김태용: 낭독 퍼포먼스 (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
• feat. 연기백 (On-going Projekt: 역촌 40)

{CHAPTER 0}의 1차 공개 실험은 역촌동의 한 “불란서식 주택”에서 벌어졌다. 이는 애초에 이 장소를 발견해 그 안의 시간과 공간을 면밀하게 재배치한 연기백 작가의 On-going 프로젝트 “역촌 40″의 과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서로 맥락이 없었던 개별적인 두 프로젝트가 20여분간 일시적으로 겹쳐 보이다 어떤 흔적을 남기고 흩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정된 수의) 관객에겐 연기백 작가가 재구성해 놓은 공간적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주택 안을 살펴볼 기회가 주어졌고, 이후 약 20분 동안은 한 공간(부엌)에 집중적으로 머물며, 그 안의 사건에 주목할 것이 권유되었다.

“너, 뭐, 주둥이: 그 무엇도 아닌 모든 것”이란 소제목의 이 실험은 김태용의 낭독 퍼포먼스와 라삐율의 설치작업으로 구성되었다. 이 둘은 독립적이면서도 모호하기 그지없이 서로(의 의미)를 변화시키며, 고정된 것과 유동적인 것, 고정하는 법과 움직이게 하는 법 사이에서의 작동을 모색한다. 너, 뭐, 주둥이는 김태용의 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에 등장하는 주인공(나/너), 여자(뭐), 개(주둥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대상화하기 이전의 언어 자체의 시각적, 청각적 상태를 제시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주로 부엌에 서서 물체들만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김태용은 홀로 2층 다락방에서 여러 가지 소리로 행위를 시작해 거실로 내려와 “숨김없이 남김없이”의 제0장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낭독하였고, 그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부엌으로 전달되었다.


Open-Experiment _ 2

허구의 기록: 이제 작문의 시간은 끝났다.
서울 (0:00), 마인츠 (17:00), LA (8:00) 동시 실험
2019. 10. 26 _ Rheinalle 28, Mainz

• 라삐율: 공간설치 (Mainz)
• 김태용: 낭독 퍼포먼스 (Seoul)
• 최은진: 댄스 퍼포먼스 (Los Angeles)

{Chapter 0}의 2차 공개 실험은 세 장소의 동시적 사건이 한 장소에서 뒤섞이는 형식을 취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소설가 김태용과 LA에 거주 중인 무용가 최은진은 각자의 개인 공간에서 소리와 움직임을 인터넷을 통해 라이브로 마인츠의 한 공간으로 전달하고, 그 공간을 통해 상호소통한다. 이 부재의 “소리”와 “이미지”는 유리판, 거울, 문자, 텍스트 및 오브제 등의 배치로 구성된 하나의 공간 속에서 뒤섞인다. ㅡ 이러한 작업 방식은 협업의 지리적 장벽을 넘기 위한 대안이기도 하지만, 비껴 있거나 감춰져 있거나 부재하는 것을 현존하는 것과 뒤섞음으로써 “뜻밖의 모든 것”들을 기대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Open-Experiment _ 3

긴 이야기. 안도 밖도 없는 벽의 언어.
서울 (0:00), 박커른하임 (17:00), LA (8:00) 동시 실험
2019. 10. 26 _ Hasselstraße 1, Wackernheim

• 라삐율: 공간설치 (Mainz)
• 김태용: 낭독 퍼포먼스 (Seoul)
• 최은진: 댄스 퍼포먼스 (Los Angeles)
• 진상태: 사운드 퍼포먼스 (Seoul)

{Chapter 0}의 3차 공개 실험은 다른 공간 및 여건 속에서 2차 실험과 같이 “동시 실험”의 방식을 취했다. 소설가 김태용과 즉흥음악가 진상태, 무용가 최은진은 각자의 개인 공간과 독일의 한 (임시) 프로젝트 공간을 연결하며, 그 네 공간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는 행위들을 ‘영상’과 ‘소리’의 형태로 상호전송한다. 이 동시적 사건은 독일의 이 한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뒤섞인다. ㅡ  2차 실험보다 소통할 공간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번 실험은 “사건”이 물리적으로 뒤섞이는 “장소”라는 공간적 위상이 “클라우드”라는 가상에 넘어갈 뻔한 위기를 간신히 극복해 낸 과정이었다. 실험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었으나, 이는 그저 작업의 일면을 들여다보는 작은 “창문”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