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월 & 푸가, 온고지신 구현한 두 무용

기사등록 일시 [2015-10-10 13:06:55

【서울=뉴시스】 국립무용단·장영규 ‘완월-강강술래’ 2015-10-09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9일 나란히 초연한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의 ‘완월(玩月)’과 LG아트센터의 ‘푸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묘를 발휘했다. 강강술래(완월)와 바흐의 ‘푸가'(푸가)가 바탕이 된 두 작품은 옛것에서 지금에 맞는 새 호흡을 발견했다.

중심에는 ‘전방위 뮤지션’ 장영규와 안무가 정영두(두 댄스 시어터 대표)가 있다. 장영규는 ‘완월’을 통해 무용 연출가로 데뷔했다. 정영두는 클래식음악의 옷을 입고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실험했다. 자신들만의 해석을 통해 결국 영감의 원천인 원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완월’…엄청나게 모던하고 믿을 수 없게 전통적인

60분의 러닝타임 중 전반부는 한국무용보다 현대무용의 몸짓에 가깝다. 무용수들은 비슷한 동작을 우주인처럼 반복한다. 의상뿐 아니라 짧은 머리 모양마저 같다. 음악 역시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인 필립 글래스 음악처럼 소수의 음이 쉴새 없이 반복된다.

후반부 장영규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국악적인 요소가 섞인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전통의 원형 찾기 놀이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무용수들이 빤하게 강강술래을 연상케 하는 동작을 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시스】국립무용단·장영규 ‘완월-강강술래’ 2015-10-09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달 밑을 도는 것이 강강술래인데 ‘완월’에서 무용수들은 큰 원을 그리기보다 여러개의 작은 원을 만들었다가 흩어진다. 움직임도 곡선이라기보다 직선이다.

음악과 상황에 심취해 달을 즐기는(玩月)데 주력하는 듯하다. 강강술래는 풍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기도 했지만 일종의 놀이였다. 장단을 타는 듯하면서도 정형화돼 있지 않은 동작과 동선은 예술의 유희성을 뽐낸다. 변화와 반복이 되면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묘한 경험도 더해준다.

무대 역시 현대적이다. 무대미술의 시각적 부분 등을 협업하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를 맡은 라삐율이 지난해 독일 마인츠에서 선보인 설치작업을 뼈대로 삼았다. 선풍기에 빛이 투사되고 유리벽 등에 다시 그게 투영되면서 그것이 달 또는 눈동자로 보이는 작업이었다.

‘완월’ 무대 뒤편에도 대형 선풍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달처럼 무용수들은 관망한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대형 훌라후프처럼 생긴 무대 장치가 조금 하강하는 순간. 무용수들은 둘씩 짝을 짓고 ‘인간 컴퍼스’가 돼 무대 위에 하얀 분필 등을 사용해 쉴 새 없이 원을 그려나간다. 무대 위에 또 조명으로 대형 원을 만들고 무용수들은 그 안에서 격렬하게 춤을 춘다. 전통을 기리는 의식이었다.

[…]

‘완월’과 ‘푸가’ 모두 라이브 연주음악이 아닌 녹음된 음악을 사용했다. 춤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음악 없이 침묵을 배경음악으로 안무를 선보이는 찰나가 두 작품 안에 모두 있었는데 그 때 춤은 곧 음악이 됐다.

realpaper7@newsis.com